요즘 제 아침 풍경은 꽤 많이 달라졌어요. 기상 시간은 조금 더 늦어졌고 출근복장은 작업복으로 바뀌었습니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빌딩을 오르는 게 아니라 내려간다는 사실이에요. 인어피스의 스튜디오(공방 겸 쇼룸)는 건물의 지하에 위치해 있거든요. 분주한 사무실이 아니라 나무 향기가 퍼지는 스튜디오에 들어선다는 점, 반가운 동료들의 아침 인사 대신 오늘의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일과를 시작한다는 점도 달라진 것들 중 하나고요.
많은 분들이 두 가지 생활 중 어떤 것이 더 좋으냐고 물으세요. 안정적인 회사를 그만둔 걸 후회하지는 않냐는 질문도 많이 받습니다. 솔직히 후회하는 날이 왜 없겠어요. 동료들과 도란도란 이야길 나누던 점심시간도, 따박따박 입금되던 월급(중요, 밑줄 쫙 별표 백 개)도 그립습니다.
그런데 그래서 회사원으로 돌아가고 싶냐고 물으신다면- 그건 확실히 아니에요. 지금 저는 좋아하는 목공을 제한 없이 마음껏 할 수 있고, 제 반려묘 소망이와 털복숭이 친구들을 위해 이리저리 가구를 만드는 게 무지하게(밑줄 쫙 별표 백만 개) 재밌거든요. 보람도 있고요. 그런데 제가 이걸로 돈까지 벌고 있지 않겠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한 가지, 딱 한 가지만은 매일같이 그립습니다. 이것만은 꼭 되돌리고 싶어요. 바로바로..... 지상의 공기를 맡는 기쁨! 해가 뜨고, 지고, 비가 오고, 그치는 풍경을 내다보는 소소한 행복이요!
지하 스튜디오에서 하루종일 목공 작업과 사무업무를 하다 보면 해가 지는지, 비가 오는지, 바람이 부는지 알 수 없어요. 가끔 머리가 띵하기도 하고 기분이 한없이 가라앉기도 합니다. 회사원이었던 저, 지상인간이었던 저는 늘 너무 당연하게 누리던 것인데 말이죠. 역시 잃어봐야 귀함을 알게 되나 봅니다.
그리하여 요즘 제가 세운 목표는요. 바로 "지하인간 벗어나기"입니다. 열심히 가구를 만들고 더 많은 고객들을 만나서 인어피스 스튜디오를 얼른 지상으로 옮기는 것! 커버 가능한 월세, 큼직한 목공 기계도 들어가는 넓은 평수, 목재를 받아야 하니 무조건 1층, 가구제작하는 소음이 나도 무관한 건물- 조건을 모두 갖추어야 하니 여러모로 쉽지는 않을 거예요, 그렇죠?
그렇지만 목표는 어디엔가 선언해야 이루어진다는 이야길 들었어요. 이렇게 첫 뉴스레터에 선언하면 멀지 않은 미래에 이루어질 거라고 믿습니다. 지하인간을 벗어나 인어피스 스튜디오를 지상으로 옮기는 날, 오늘의 이 편지를 기억하며 구독자님과 빅허그를 나누고 싶습니다. 부디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