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홀로 브랜드를 꾸려가며 가장 힘든 점이 무어냐는 질문을 받곤 합니다. 2024년 11월의 편지
ep.02 지름길을 지나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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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홀로 브랜드를 꾸려가며 가장 힘든 점이 무어냐는 질문을 받곤 합니다. 그럴 때면 괜히 우물쭈물하게 돼요. 항상 새로운 힘듦이 생겨나서 '가장 힘든 점'을 꼽기란 쉽지 않거든요. 그 사이 대화는 저만치 가버리고, 저는 딱히 힘든 게 없는 2년 차 창업가가 되곤 합니다. 그 또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래서 힘들고 저래서 힘들다'를 토로하는 이보다 '그냥 잘 되어 간다'는 소식을 전하는 이가 되고 싶으니까요.
하지만 오늘은 곰곰이 생각해 보려고요. 이 뉴스레터는 인어피스의 희노애락을 모두 전하는 솔직한 편지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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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브랜드의 한계선에 부딪히며
나 혼자 밥을 먹고, 나 혼자 영활 보고, 나 혼자 노래하고, 이렇게 나 울고 불고 ♪
인어피스는 현재 1인 브랜드입니다.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제작하고, 판매하고, 배송하는 일 모두 혼자 해요. 혼자이기 때문에 모든 일에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기도 합니다만, 실은 더 큰 문제가 있어요. 홈페이지 제작, 상품 촬영, 상세페이지 제작, 인쇄물 및 패키지 제작, 오프라인 부스 기획 같은 일들은 해본 적도 없고 시간이 충분하다 해도 잘할 수 없는 일이거든요. 특히 신생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서는 인스타그램 운영이 필수적인데, 저는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조차 없는 사람이거든요... (SNS 문외한의 삶이여! 현재는 연습하려고 개인 계정도 만들었어요.)
그렇다고 모든 일을 외주로 돌릴 수는 없어요. 외주작업은 단기간에 유무형의 결과물을 내야 하기 때문에 브랜드의 기본이 잘 갖추어져 있어야 효율을 낼 수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초기 단계의 브랜드에서 모든 일을 외주로 처리한다면 결과물의 퀄리티는 좋아질 수 있어도, 브랜드의 고유함은 생기기 어렵겠죠. 반대로 모든 분야에 채용을 할 수도 없습니다. 인건비는 낮출 수 없는 고정비이고 결국 제품의 가격에 그대로 반영될 테니까요. 무엇보다 어떤 부분에 얼마만큼의 인력이 필요한지 가늠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채용은 조직의 괴멸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오랜 회사생활을 통해 배우기도 했고요.
결국 저는 1.5인 체제로 브랜드를 운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대표이자 목수인 제가 1.0 을 구성하면 인어피스가 이루고자 하는 것들을 깊게 이해하는 프리워커들이 일시적으로 0.5 를 채워주며 일하는 방식입니다. 외주보다는 깊숙하고 채용보다는 느슨한 협업방식입니다. 구독자님께 보내는 '인오피스' 역시 이러한 방식으로 발송하고 있습니다(special thanks to 인오피스 기획편집자 미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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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촬영, 상세페이지 제작 모두 1.5인 체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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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고 싶은 것을 외로이 수호하며
너무 힘들고 외로워도 그건 연습일 뿐야. 넘어지진 않을 거야, 나는 문제없어♪
"인스타그램 열심히 한다더니 팔로워 그 정도밖에 안돼? 팔로워 돈 주고 사, 얼마 안 해." 라는 말을 듣습니다. "사람들 천연원목이랑 무늬목 구분 못해. 그냥 합판으로 만들고 싸게 팔어. 돈도 많이 남기고." 라는 이야기도 종종 들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팔로워 만 명을 사는데 돈이 얼마나 드는지도 알아봤고요, 합판 샘플을 몇 번이나 만들어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고민 끝에는 항상 맨처음의 마음이 남았습니다. 처음 창업을 결심했을 때의 마음이요.
저는 서툴지만 정성스레 콘텐츠를 만들어서 사람과 동물, 공간과 자연을 사랑하는 분들을 한 분 한 분 느리게 모셔오는 방식을 지속하기로 했어요.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많았으면 하는 이유는, 보다 많은 분들이 인어피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셨으면 하기 때문이잖아요. 인어피스가 어떻게 가구를 만드는지, 왜 만드는지, 어떤 세상을 꿈꾸는지 들려드리고 싶으니까요. 돈 주고 산 수십 만의 팔로워들은 아마 그런 이야기에 관심이 없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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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건강하고 아름다운 천연원목으로 찬찬히 가구를 만드는 방식 또한 고수할 거예요. 나무 부스러기와 접착제를 붙이고 화학가공한 가공목과 언뜻 보면 비슷한데 왜 이렇게 가격차이가 나는지를 설명하고 설득하는데 품이 들겠죠. 모든 물건이 주문하면 익일 도착하는 시대인데 왜 인어피스 제품은 시간이 더 걸리는지를 말하는 일도 마찬가지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요. 수많은 가구브랜드가 있는데, 굳이 인어피스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오로지 이 신념들로만 설명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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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E W S
2024년 11월
인어피스 소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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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피스가 처음으로 오프라인 페어에 참여합니다. 떨리고 또 기쁜 마음으로 현장 이벤트와 신상품을 준비했어요. 당장 가구를 구매할 계획이 없으시더라도 오셔서 편히 공간을 즐기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들러주세요.
✔️ 서울리빙디자인페어 in 마곡
- 기간 : 2024/11/28 (목) ~ 12/1 (일)
- 시간 : 목/금/토 10:30 - 18:00, 일 10:30 - 17:00
- 장소 : 코엑스 마곡 르웨스트 (강서구 마곡동 767)
- 기타 : 인어피스 부스 D-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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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는 집사들의 지갑털이 행사, 궁디팡팡 캣페스타에 참여합니다. (저는 부스 참여도 하지만 소망 집사로서 다른 부스들 방문하며 열심히 지갑도 털릴 예정입니다)
오늘 25일 오후, 인스타그램에 궁디팡팡 초대권 이벤트도 진행할 예정이니 혹 방문예정에 있으시다면 초대권 이벤트도 놓치지 마세요🐾
✔️ 궁디팡팡 캣페스타 Christmas
- 기간 : 2024/12/6 (금) ~ 12/8 (일)
- 시간 : 금/토 10:00 - 18:00, 일 10:30 - 17:30
- 장소 : 서울 SETEC(제1, 2, 3전시실)
- 기타 : 인어피스 부스 1-F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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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다가옴을 실감하며 두 번째 편지를 보냅니다. 편지를 읽으시는 동안 작게나마 즐거우셨기를 바랍니다. 아래 갈색 버튼을 누르시면 짧은 메시지를 남기실 수 있습니다. 답장이나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시면 더욱 기쁠 거예요.
그럼 저는 12월에 인어피스의 새로운 희로애락으로 다시 찾아올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년 11월,
지름길을 지나쳐 뚜벅뚜벅 걸으며
박소연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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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조각의 평화, 인어피스
so@inapiec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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