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소상공인 성장지원사업 '글로벌 유형'에 낙방했습니다.
작년 라이프스타일 유형에서 쟁쟁한 9,000 여개의 기업 중 최종 기업으로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었지요. 그래서 올해도 나름 기대를 했었는데... 서류에서 바로 탈락해 버렸지 뭐예요.
이어, 야심 차게 준비했던 정부지원사업 '초기창업패키지'에 떨어졌습니다.
서류합격 후 발표평가를 할 때까지도 '이건 무조건 된다'면서 이외의 경우의 수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데요. 최종결과는... 불합격이었어요. 평소 정부지원사업 합격팁을 나누는 모임을 주최하기도 했던지라 더욱더 충격이었죠.
팝업스토어 매출은 목표액의 50%에 그쳤습니다.
언젠가 인어피스의 고객이 되어주실 많은 분들과 사랑스러운 털친구들을 만나서 하루하루 기뻤던 5월이었어요. 그것은 감히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기쁨과 배움입니다. 하지만 브랜드에는 정량목표와 성과가 있으니, 그 측면에서도 결과를 평가해 봐야겠지요. 거래액으로 분석해야 하는 영역에서는, 확실히 미진했답니다.
이런 일들이 계속되니 문득 의심하게 되더라고요.
지금 이게... 맞나?',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하고요. 그동안 즐겁게, 열심히, 잘해오고 있다고 믿었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고객님들께는 닿지 않는 노래를, 인어피스 안에서만 신나게 부르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부정적인 생각과 의심들이 자꾸 커졌어요. 점점 잦아졌고요. 그리고 두려워졌어요.
그러자 저는 작은 굴을 파고 그 속에 들어가 앉았습니다. 작고, 습하고, 깜깜했지만, 'OO한 척' 하지 않아도 되는 그 안이 제법 편했어요. 그리고 굴 안에서 다시금 생각했어요. 마음을 다해 가구를 만들면 분명 좋아하는 이들이 있을 거란 생각은 착각이 아니었을까? 쉽게 쓰고 버리는 가구가 아니라 평생을 곁에 두고 쓰는 가구가 되겠다는 목표는 너무 과한 게 아니었을까?
그때였어요.
똑똑. 팝업스토어에서 망설이다 미처 구매를 못했는데 주문할 수 있을까요?
똑똑. 백화점에서 이벤트 매장 운영해 보실 생각 없으세요?
똑똑. 저희 공간에서 인어피스 팝업스토어를 열어주실 수 있을까요?
똑똑. 상업공간을 기획하고 있는데 인어피스 가구로 채우고 싶어요!
똑똑. 오프라인에 공간을 만들려고 하는데 인어피스가 기획해 주실 수 있나요?
노크소리에 깜짝 놀라 웅크렸던 몸을 재빨리 펴고 작은 굴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작은 문을 노크해 주신 고운 손들을 재빨리 잡았어요. |